겨울 속초 여행을 적다 by 재주소녀

속초에 가고싶다. 대포항에 들러 싱싱한 오징어회, 생선회에 매운탕을 먹고 새우튀김, 오징어순대를 잔뜩 사서 정다운 이들과 밤새 나누고 싶다.

예전 여행의 기억 때문일까. 나에게 속초는 뼈가 시리도록 춥고 눈발이 날리는 한겨울날 가야할 것 같은 곳이다.
그 여행에서 처음 가본 대포항의 매운탕은 조미료 맛만 강했고, 튀김은 어설프게 식어있었지만 뭐가 그렇게 좋고 재밌었을까.

겨울바다의 파도와 바람은 세차고 거칠었다.
우리는 겨울이 만든 소리를 들으며 맥주 한페트에 싸온 안주거리들을 먹으며 20대의 흔한 고민들을 밤새도록 나누었다.

다음날은 눈이 그쳤다.

낙산해수욕장 바로 앞이라는 것 빼곤 좋지도 않은 펜션이었다.
아무도 없는 겨울바다에서 우린 낭만을 찾기보단 그저 해맑았던 것 같다.

바로 옆에 있다는 낙산사에도 큰 기대 없이 들렀다.
다시 눈발이 조금씩 흩날렸다.
이미 한번 불타버린 그곳에는 운치에 안 맞는 새빨간 소방차가 위세좋게 서있었다.


눈 속의 절.
아무도 없는.
고요한.
겨울바다가 보이는.

고은 시인이 말한 것처럼 감탄이 없이는 부를 수 없는
아, 동해 낙산사!
의 풍경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절에 머물다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절에서 내려와 우리는 허름한 슈퍼 앞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갔다. 기차를 타기 위해서.
우리는 배가 고팠고, 역 앞엔 아무것도 없었다.
기차에서 먹은 즉석 참치김치덮밥은 어찌나 꿀맛이던지.

기차에서 보는 바다. 정동진. 그리고 나타나는 몇 개의 간이역들.
조금 지나니 드디어 우리가 기차를 탄 목적인 협곡이 나타났다.
이 풍광을 기차로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하여 우리는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었다.
경치는 말로 들었던만큼 기대했던만큼 훌륭했고 감동을 주었다.
눈에 덮인 험준한 산맥들의 향연은 살면서 한번도 보지못한 우리나라의 풍경이었다.

감동이 오래였던만큼 기차도 오래 타야했다.
강릉발 서울행 기차의 소요시간은 무려 6시간.
한참 왔는데도 아직 원주란다.
기차여행을 제안한 나도 슬 지루한데 따라온 친구들은 오죽 했으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2009년 2월.
1박2일의 짧은 여행이 이리도 강렬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그때 우리의 젊음이 그만큼 무모하고 서툴렀던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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